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디스커버리 (The Discovery, 2017)》

by 영화보자 2025. 10. 16.
반응형

이 영화는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당신은 다시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
넷플릭스 영화 **〈디스커버리(The Discovery)〉**는 철학과 사랑, 그리고 인간의 죄책감을 한데 엮은 걸작이다.
잔잔한 화면 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질문들.
그 어떤 스릴러보다 깊게, 어떤 멜로보다 아프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죽음’을 말하지만, 사실은 ‘삶’을 이야기한다.

디스커버리 포스터

죽음 이후의 세상, 그리고 인간의 욕망

이야기는 한 박사의 충격적인 발견에서 시작된다.
“사후 세계는 존재한다.”
그 한마디는 인류 전체를 흔들었다.
죽음 이후에도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우리가 떠나는 그곳이 ‘천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포,
그리고 그곳에서도 같은 선택을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절망.

박사의 아들 ‘윌’은 아버지의 연구로 인해 세상을 잃고,
양심의 무게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이해하려 하고,
죽음의 진실에 한 발 더 다가가려 한다.
그 여정의 끝에서 그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그 어떤 공포보다도 인간적이다.

구원과 죄책감, 그리고 사랑이라는 환영

윌은 우연히 ‘아일라’라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삶을 포기하려 했던 사람.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 속에서 희미한 온기를 찾는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죽음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 속엔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담겨 있다.

윌은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아일라를 돌보며
‘죽음 이후의 장치’를 마주한다.
그 장치는 사람이 죽은 뒤,
자신이 가장 후회하는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시 한번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가 아니라 철학이다.
우리는 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을 꿈꾼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정말 다시 살아도,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아일라와 윌은 서로를 구원하려 하지만,
결국 그 구원은 고통의 반복 속에 묻혀버린다.
그들이 믿었던 사랑조차, 사후세계의 환영일지 모른다.

반복되는 생, 그리고 끝내 남은 기억 하나

영화 후반부, 윌은 사랑하는 아일라를 살리기 위해
실험 장치에 몸을 맡긴다.
그는 죽음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고,
다시 한번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삶을 반복한다.

하지만 반복은 곧 형벌이었다.
그는 매번 아일라를 잃고, 또다시 시작한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단 하나의 감정만은 남는다 —
“그녀의 얼굴이 낯익다.”

그 장면은 말이 필요 없다.
모든 것을 잃고도, 사랑만은 기억하는 인간.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다.

영화의 마지막, 해변가에서 다시 눈을 뜬 윌은
한 소년을 구한다.
그 아이는 아일라의 아들 ‘올리버’.
그 순간 윌은 모든 걸 깨닫는다.
그가 반복하던 삶의 끝,
그곳이 바로 그녀와의 약속이었다는 것을.

마무리 —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삶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디스커버리〉는 단순한 SF도, 멜로도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죄책감’과 ‘사랑’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낸 철학적 여정이다.
잔잔한 음악, 흐릿한 색감, 그리고 인물들의 무표정 속에 숨겨진 감정의 파도.

“사후 세계를 믿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이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죽음을 통해 삶을 되묻는 작품.
그것이 바로 넷플릭스 역사상
그 누구도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