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홀 트루스(The Whole Truth)》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소년과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법정 스릴러다. 침묵하는 아들, 숨겨진 과거,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 한 가족을 파고든 폭력과 거짓 속에서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결말을 알면서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서사와 반전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1. 진실을 가린 침묵, 변호사 램지의 고뇌
형사 전문 변호사 리처드 램지는 친구이자 동료였던 부문 라시터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소년 마이크의 변호를 맡게 된다. 마이크는 피해자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재판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램지는 그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지만, 유일한 증언자인 마이크가 입을 닫고 있으니 이길 수 있는 재판은 아니었다.
재판은 피해자인 아버지 부문의 성격과 가족 내의 갈등을 조명하면서 점차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마이크의 어머니 로레타, 그리고 그녀와 관계를 의심받는 전용기 승무원 안젤라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단순한 존속살해가 아니라 치밀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드라마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램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2. 한 가족의 상처, 법정 위에 드러나다
재판이 진행되며 등장하는 각종 증언과 증거들은 마이크가 학대를 받아왔다는 정황을 암시한다. 어머니 로레타는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당했으며, 그 사실을 아들 마이크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오직 ‘진실이라 주장되는’ 증언일 뿐, 마이크 본인의 입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마이크는 재판 말미에 드디어 증언대에 오른다. 그리고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오랫동안 학대해왔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그의 말은 진실일까, 아니면 면죄부를 위한 연출된 각본일까? 영화는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
3. 밝혀지지 않은 진실, 그리고 불편한 안도감
배심원단은 마이크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그의 침묵과 고백은 ‘정의’의 무게를 재조정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램지는 사건의 진짜 실체를 암시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사실은 마이크가 아니라 로레타가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던지며, 영화는 충격적인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 영화는 진실 그 자체보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전한다. 누군가는 죄를 숨겼고, 누군가는 끝까지 침묵했으며, 법은 그 침묵을 ‘무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결과가 오히려 모두에게 필요한 ‘구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 이상의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