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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by 영화보자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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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그녀를 버렸고, 세상은 눈을 감았다. 영화 **〈페퍼민트〉**는 가족을 잃고도 정의를 외면당한 한 여자가 끝내 스스로 심판이 되는 이야기다. 화려한 말도, 고상한 윤리도 없다. 오직 분노와 상실, 그리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복수만이 남는다. 공개 직후 압도적 반응을 이끈 이유는 단순하다. 이 영화는 관객이 마음속으로 수없이 상상해 왔던 ‘그 결말’을 대신 실행해 주기 때문이다.

페퍼민트 포스터

법이 무너진 자리에서 태어난 복수

영화의 시작은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다. 좁은 차 안, 생사를 건 혈투. 피로 얼룩진 공간에서 한 여자가 망설임 없이 남자를 처리한다. 이 여자가 바로 라일리다. 현재의 라일리는 냉혹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영화는 곧 시간을 되돌린다.

5년 전, 그녀는 그저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남편과 딸, 빠듯하지만 온전했던 가정. 그 소중한 일상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남편이 범죄 조직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은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한다. 살아남은 사람은 라일리 단 한 명뿐이다.

여기까지는 흔한 비극의 서사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을 분노하게 만드는 지점은 그 다음이다. 범인은 명백했고, 라일리는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정은 돈과 권력 앞에서 무력했다. 판사, 검사, 변호사까지 모두 매수된 재판. 가해자들은 웃으며 법정을 빠져나가고, 피해자는 오히려 정신병동에 갇힌다. 이 순간, 영화는 분명히 말한다.
이 세계에서 정의는 시스템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5년, 인간을 무기로 만드는 시간

라일리는 사라진다. 5년이라는 공백. 영화는 이 시간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결과로 보여준다. 다시 등장한 그녀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다. 군용 무기, 치밀한 동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살인. 그녀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라일리가 무차별적인 학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의 타깃은 분명하다. 가족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자들, 그리고 그들을 풀어준 권력자들. 판사부터 검사, 조직의 자금줄까지. 그녀의 복수는 감정적이지만 무작위적이지 않다.

이 과정에서 FBI와 경찰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희망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무능하거나 내부에서 썩어 들어간 존재로 묘사한다. 내부 첩자였던 카마이클 형사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라일리가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녀는 이미 국가와 제도에게 한 번 죽임 당했기 때문이다.

사이다의 끝,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결말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친다.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전면전, 생중계되는 복수, 아이를 인질로 삼는 최후의 협박.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라일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끌며 판을 설계한다.

결국 가르시아는 죽고, 배후의 권력도 무너진다. 관객이 기대한 ‘사이다’는 정확히 제공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라일리는 승리의 미소를 짓지 않는다. 그녀는 가족의 무덤 앞에 쓰러진다. 복수는 끝났지만, 상실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페퍼민트〉**는 단순한 복수극을 벗어난다. 복수는 치유가 아니다. 다만 견디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영화는 묻지 않는다. “이게 옳은가?” 대신 말한다.
“만약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마무리

화려한 평론가의 언어보다, 관객의 분노와 욕망에 더 솔직한 영화.
**〈페퍼민트〉**는 그래서 공개되자마자 1위에 올랐고, 그래서 지금도 회자된다.
정의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잔인할 만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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