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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도시〉

by 영화보자 202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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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건 단 1%의 잔혹한 선택일까.
살인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한 남자, 그리고 ‘조각가’라 불리는 한 사이코패스의 뒤틀린 야망이 도시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디즈니 플러스 신작 **〈조각도시〉(2025)**는 인간을 흙처럼 주무르는 괴물 같은 권력의 손아귀를 정밀하게 파고들며, 레이싱 장르와 스릴러, 누아르를 한 번에 뒤집어엎는 괴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보는 순간 숨이 막히고, 끝까지 가면 기묘하게 아름다운 절망이 남는다.

조각도시 포스터

피로 시작된 밤, 조각되는 한 남자의 인생

어느 새벽, 나는 영상 속 남자의 흐느낌을 처음 들었다.
피로 흥건한 방, 손에 칼을 쥔 채 “나 아니야”라고 중얼거리는 한 남자.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붙잡고 그는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인생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오프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설계한 비극의 첫 조각이었다.

그 뒤 장면에서 등장하는 남자,
차갑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등골이 얼어붙는다.

“경호란… 일이 끝난 뒤 시작하는 겁니다.”

그는 요한.
사람의 인생을 조각하는 괴물 같은 ‘조각가’,
그리고 극 중 최악의 사이코패스 빌런이다.

요한은 최신 기술로 사건 현장을 3D 스캔하고,
증거를 ‘생성’하여 한 인간의 삶을 완벽하게 파괴한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지정된 희생양을 사회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것.

그 희생양이 바로 배달원 ‘태중’이었다.

태중은 선택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강간·살인범으로 조작되고,
세상에서 영영 지워지도록 설계된 존재가 되었다.

그의 억울함을 삼켜버리는 재판과 언론의 속도는
도시 전체가 누군가의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잔혹했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밤,
도시는 이미 한 사람의 손아귀에서 조용히 조각되고 있었다.

지옥의 경기장, 무규칙 레이스가 시작되다

이야기는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미끄러진다.
갑작스러운 집단 납치,
11명의 최악의 범죄자들,
그리고 ‘경주장’이라 불리는 폐공장.

요한은 미소를 띤 얼굴로 그들을 맞이한다.

“여러분은 여기서 차를 타고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규칙은 없어요.”

그의 말투는 다정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잔혹성은 칼과도 같았다.

각자에게 지급된 차량은 불공평했다.
누군가는 경주용 슈퍼카를 받고,
누군가는 고철이나 다름없는 폐차를 받는다.
하지만 요한은 말한다.

“불평하지 마세요.
무규칙이 곧 규칙이니까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한 레이스장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찢어 보는 실험실이었다.

폭발음이 터지고,
차량들은 서로 들이받으며
피와 금속이 뒤엉킨다.

“20바퀴 먼저 도는 자가 승자.”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이곳을 나가는 자는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톱니바퀴 속에서,
태중이 점점 짐승처럼 변해갔다.

그는 더 이상 억울함을 말하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의 눈은 어느 순간
‘살아남겠다’는 원초적 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설계자가 알지 못했던 단 하나의 오차.
태중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 인간이었다.

버그 같은 남자, 태중의 반격이 도시를 갈아엎는다

레이싱 도중 갑작스러운 룰 변경이 선포된다.

“바이크를 잡아라.
바이크를 잡는 사람이 우승자다.
상금은… 100억이다.”

도시는 한순간에
태중을 향한 사냥으로 뒤바뀐다.

그를 죽이기 위해 수십 대의 차량이 달려들고,
각종 무기가 튀어나오며
경주는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중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요한의 설계에서
유일하게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되어버렸다.

그는 끝없이 달렸고,
부서진 몸으로 다시 일어섰고,
떨어질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가 원하는 건 상금이 아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간 동생,
자신을 짓밟은 도시,
그리고 그 위에서 웃고 있는 요한.

“나는… 복수하러 왔다.”

그의 한마디는
피로 물든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메아리 같았다.

요한은 처음으로 흔들린다.
자신이 설계한 세계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태중은 계획에 없는 인간이었다.
조각되지 않는 조각품이었다.

그 순간 나는 스크린을 보며
묘한 전율을 느꼈다.

괴물 같은 세계에 맞서는 건
괴물이 아닌, 부서지지 않는 인간이다.

마침표 대신 남은 질문 — 조각되는 건 누구인가

〈조각도시〉는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다.
이 시리즈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조작된 사실’을 믿고 있는가.
도시는, 사회는, 뉴스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조각된 것은 아닌가.

요한은 그 모든 의문을 상징하는 괴물이다.
그러나 태중은 인간 의지의 마지막 불꽃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2025년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 4위를 기록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거대해진 세계관,
레이싱과 스릴러의 폭발적 조합,
지창욱과 이광수, 양동근의 미친 연기력.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지며
도시의 숨결처럼 살아 꿈틀거린다.

그리고 나는 스크린을 닫고 나서도
한동안 대사를 떠올렸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선택받은 1%다.”

그 문장이 이렇게 차갑게 들린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 아래에서,
부서지지 않는 한 인간이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조각도시〉를 2025년 최고 신작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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