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공간, 통제 불가능한 감염자,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싸움. 영화 《REC 4: 아포칼립스》는 건물 봉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기자 ‘안젤라’가 이제는 바다 위 실험선에서 또다시 끔찍한 바이러스 사태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 배 안에서 벌어지는 괴기한 실험, 감염된 원숭이, 그리고 점점 정체를 드러내는 진짜 숙주. 감염자와의 처절한 사투는 물론, 인간 내부의 배신과 음모까지 드러나는 이 작품은 좀비물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핸드헬드 호러로 시작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당신은 과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1. “살아남은 줄 알았다” –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작의 생존자인 리포터 안젤라는 극적으로 구출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가 퍼진 건물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그녀는 병원선으로 옮겨지고, 철저한 격리 상태에서 감염 여부를 검사받습니다. 군인 ‘구즈만’ 역시 그녀와 함께 바이러스 대응 조치를 받는 인물 중 하나죠. 하지만 이 배는 단순한 격리 장소가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실험실’이었습니다.
병원선은 군과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을 감행 중인 공간. 안젤라는 여기서 자신이 그저 실험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녀의 몸에 기생한 바이러스 숙주, 그리고 이를 제거하려는 박사들의 은밀한 움직임은 다시 한번 공포를 증폭시킵니다. 동시에, 함정처럼 덫을 설치해놓은 듯한 배 구조는 더 이상 도망칠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죠.
이 와중에 복원된 안젤라의 카메라 영상은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줍니다. 전편에서 숙주였던 여성이 그녀의 몸속으로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장면. 하지만 실험 중 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퍼지기 시작하고,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박사들이 실험에 사용한 ‘감염된 원숭이’ 때문이었습니다. 배 안에서 일하던 주방장까지 감염되며, 선상 전체는 순식간에 생존 게임의 장이 되어버립니다.
2. 감염, 배신, 생존 –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좀비 바이러스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공포를 주는 건 인간의 이기심과 비밀입니다. 닉, 루카스, 그리고 구즈만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안젤라를 도우려 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숨은 목적과 두 얼굴을 지닌 인물들이기도 하죠. 특히 구즈만은 처음엔 영웅처럼 등장하지만, 후반부엔 오히려 바이러스를 다시 안젤라에게 이식하려는 냉혹한 인물로 반전됩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긴장감이 폭발하는 구간입니다. 군인들과 과학자들 사이의 불신, 감염 여부를 숨기려는 자와 이를 폭로하려는 자들 간의 갈등이 격렬하게 펼쳐지죠. 바이러스로 인한 외부의 공포도 크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짜 무서운 지점은 ‘인간이 인간을 해하려는 순간’입니다.
특히 박사 집단은 안젤라의 생존 자체보다 그녀 안의 바이러스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들은 인류 전체를 위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안젤라의 생명을 실험 도구로 취급하며, 그녀에게서 기생충을 꺼내려는 수술을 감행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내내 축적된 불신과 분노가 터져 나오는 지점으로, 안젤라는 결국 그들에게 저항하며 스스로 생존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냉장고 장면, 그리고 좀비화된 동료들이 파고드는 폐쇄된 공간의 압박감은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물속에서 기생충이 탈출해 물고기에게 기생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바이러스가 단지 한 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암시로, 후속편에 대한 암묵적 연결고리를 남깁니다.
3. 물 위의 탈출, 그 끝에 남은 단 하나의 선택
종반부, 생존자는 극히 소수로 좁혀집니다. 닉과 안젤라는 좀비 원숭이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배의 갑판 위에서 구명정을 펴 바다로 뛰어듭니다. 단 둘만의 탈출.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배신자는 바로 구즈만. 그는 바이러스를 다시 안젤라의 몸으로 옮겨가려다 실패하고, 끝내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마지막 탈출 장면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인 선택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살기 위한 행동이자, 동시에 죄책감과 두려움, 분노가 뒤섞인 선택이기도 하죠. 닉과 안젤라가 바다 위에서 살아남는 순간조차 완전한 안심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생충은 물고기의 몸을 통해 다시 ‘생존’을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오히려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암시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바이러스의 확산 원인이 불분명했던 시리즈 전체를 하나로 엮는 이 설정은 무척 인상적이며, 물고기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진화까지도 상상하게 하죠.
📌 총평
《REC 4: 아포칼립스》는 좀비 장르의 공식을 따르되, 단순 감염 그 이상으로 확장된 서사와 인간 심리, 그리고 폐쇄 공간에서의 압박감으로 차별화된 스릴을 선사합니다. 1편부터 이어온 기생충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세계관이 정리되고, 마지막 장면은 후속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남깁니다. 좀비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체크해야 할 호러 시리즈의 완성판, 긴장감과 반전의 끝판왕을 찾고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