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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버스(The Lost Bus)”

by 영화보자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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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캘리포니아, 그날 세상은 불에 삼켜졌다.
도망치면 살 수 있었던 순간, 그는 버스 핸들을 불길 속으로 꺾었다.
아이들을 태우고 지옥의 불길을 뚫은 스쿨버스 기사 케빈.
영화 로스트 버스(The Lost Bus)는 실화에 기반한 재난 스릴러로,
“영웅이란 무엇인가”를 가장 뜨겁게 증명한 이야기다.
가슴을 쥐어짜는 긴박함 속에서도 인간의 선함이 꺼지지 않는다.

로스트 버스 포스터

평범했던 남자, 불길 속으로 들어가다

2018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은 마을 패러다이스(Paradise).
그 이름처럼 평화롭던 마을은 어느 날 아침, 거대한 불기둥에 삼켜진다.
부식된 송전탑에서 튀어오른 불씨 하나가 산을, 마을을,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집어삼킨 것이다.
그날, 스쿨버스 기사 케빈 맥케이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차고지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의 삶은 늘 조금씩 삐걱거렸다.
이혼한 아내, 사춘기 아들, 불안정한 직장.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는 ‘평범한 실패자’의 하루였다.

하지만 그날, 세상은 그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만들었다.
멀리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검은 연기 —
그리고 무전으로 들려온 소식, “패러다이스가 불타고 있다.”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멈춰 섰다.
그러나 케빈은 버스 시동을 다시 걸었다.
그 속에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타는 하늘 아래, 희망의 버스를 몰다

도로는 이미 마비된 상태였다.
사람들은 차 안에서 울부짖고, 공기는 뜨겁게 뒤틀렸다.
케빈은 멀리서 손을 흔드는 선생님 메리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 곁엔 울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케빈,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야 해요.”
그 한마디에, 그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무전기는 불통이었다.
연기는 차 안으로 스며들고, 산소는 점점 줄어든다.
“얘들아, 눈 감고 코를 막아. 우린 반드시 나갈 거야.”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방향은 단단했다.
도로는 막혀 있었고, 바람은 불길을 밀어붙였다.
케빈은 그대로 핸들을 꺾어 옆길로 들어섰다.
“저긴 절벽이에요!”
아이들의 비명 속에서도 그는 속도를 높였다.
그가 본 건 길이 아니라 희망의 틈새였다.

시간은 길지 않았다.
버스 앞에서는 휘발유 트럭이 폭발했고, 뒤에서는 전선이 타들어갔다.
차량 안의 온도는 점점 오르고, 유리창은 뜨겁게 울었다.
“조금만 더 버텨!”
케빈은 엔진을 밀어붙였다.
엔진은 곧 멈출 듯 떨렸지만, 기적처럼 버스는 다시 달렸다.
그때, 가스탱크가 폭발했다.
불길이 하늘로 솟구쳤고, 버스는 불바다를 뚫고 달렸다.
그 한 장면에서, 인간의 한계는 불타 사라졌다.

진짜 영웅은 평범한 얼굴로 남는다

끝없이 이어진 지옥 같은 시간.
6시간 동안 아이들은 울다가 지쳤고, 메리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케빈은 숨이 가빠 오면서도 핸들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버려진 캠핑장 부근에서 구조대와 합류했다.
아이들 모두 무사했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20개의 심장.
그 중심에, 그저 묵묵히 버스를 운전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사건 후 기자 리지 존슨은 이 이야기를 기사로 세상에 전했고,
그 글은 훗날 영화 **《로스트 버스(The Lost Bus)》**의 원작이 되었다.
영화 속 케빈 역은 매튜 매커너히가 맡았고,
그의 굵은 목소리와 절제된 감정 연기는 실제 인물의 고독과 용기를 완벽히 그려냈다.
감독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던 폴 그린그래스.
그가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단순한 재난영화의 범주를 넘어선다.
불길 속에서 질식해가는 숨소리, 엔진의 진동, 아이들의 울음 —
모든 게 살아있다.

영화의 마지막,
케빈은 구조 후 병원 침대에 앉아 TV 뉴스를 본다.
“패러다이스는 전소되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표정엔 슬픔보다 안도가 있다.
누군가는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만,
그는 그저 이렇게 중얼거린다.

“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아이들이 살아있잖아.”

마무리 리뷰

로스트 버스(The Lost Bus)는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다.
그건 ‘도망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찬가다.
CG나 폭발보다 더 뜨거운 건,
끝내 무너질 것 같던 한 남자의 ‘책임감’이었다.

현실의 케빈 맥케이는 지금도 같은 도시 버스를 모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냥, 누군가의 아빠였을 뿐이다.”

그 말 한 줄이 이 영화의 전부다.
불길은 모든 걸 태웠지만,
그의 이름은 남았다 —
진짜 영웅은 그렇게 조용히, 핸들을 잡은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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